(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델타 변이'의 여파로 어린이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확산하면서 보건 당국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CNN 방송은 미국소아과학회(AAP)의 데이터를 인용해 8월 5∼26일 3주간 50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인 8월 19∼26일 한 주에만 어린이 20만3천962명이 양성으로 판정됐다. 6월 말에는 주간 어린이 확진자가 채 8천500명이 안 됐던 것과 견주면 두 달 새 24배로 불어난 것이다.
전염성 강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아이들은 코로나19에 잘 안 걸린다'는 그간의 통념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12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연말까지는 백신이 승인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면수업이 전면 재개돼 학교에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사정 때문에 4천800만명에 달하는 12살 미만 어린이를 둔 미국 부모들이 어려운 결정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데이나 길버트(49)는 "12살 미만용 백신을 기다리는 일이 고도(끝내 오지 않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속 등장인물)를 기다리는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길버트의 11살 아들은 조산아로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가족 주치의는 백신이 나올 때까지 학교에 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길버트는 이맘때면 백신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대신 바쁘게 개인 교사를 찾고 있다.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25∼30%는 절대로 아이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겠다고 답했지만 반면 이를 간절히 기다리는 부모도 많다.
NYT는 "인터뷰에서 12살 미만 자녀를 둔 많은 부모가 마지못해 아이를 교실로 다시 보내면서 점점 더 절박해지고 화가 나면서 궁지에 몰렸다고 느낀다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했고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는 워싱턴DC의 알렉산드라 심바냐(42)는 9살 난 딸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집에 머물게 했다. 어린이가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1%라 해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게 자신의 아이가 될 수도 있다고 심바냐는 말했다.'
이러다 보니 보건 당국에는 어린이용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서두르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AAP도 최근 "가능한 한 빨리"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일 미 식품의약국(FDA)이 어린이용 백신에 대한 승인을 검토하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9월 말 또는 10월 초께에는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추수감사절(11월 23일) 이전 승인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러기를 바란다면서도 FDA를 앞질러 가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1일 전국학부모교사협회(NPTA) 회의에서 어린이용 백신이 승인되면 CDC가 이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모두가 이것(어린이용 백신)을 시급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모두가 아이들이 백신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어린이용 백신의 검토 시점을 가을 중반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승인이) 연말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조너선 라이너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학교에서 마스크 의무화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NYT 집계에 따르면 1일 미국의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16만6천80명으로 올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일간의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10만1천343명, 하루 평균 사망자는 1천418명으로 역시 이번 4차 재확산 이래 최대치 기록을 썼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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