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령이 내려진 런던 시내
"결정하지 않는 게 결정"… 한국과 같은 검사·추적 실패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유럽에서 처음 10만명을 넘으면서 '방역 실패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영국의 사망자는 인구(약 6천800만명)가 비슷한 프랑스(7만4천여명 사망), 독일(5만4천여명 사망)보다도 훨씬 많고 미국, 브라질, 인도에 이어 전세계 4번째다.
누적 확진자 수가 약 370만명으로 엇비슷한 러시아(7만여명 사망)와 비교해도 사망자수가 50% 정도 많다.
영국 BBC방송은 26일(현지시간)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아진 이유를 몇가지로 분석했다. 이 방송은 영국 정부의 갈팡질팡했던 방역 정책의 실패를 주로 다뤘다.
BBC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영국 내각과 주요 보좌역들이 집단 면역 정책을 추진했다"라며 "결국 3월말이 돼서야 봉쇄령을 내렸는데 중요한 시점에 결정이 한주 늦어지면서 나중에 사망자 2만명으로 이어졌다고 추정된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당시에 충분한 정보가 없었던 탓에 이 봉쇄령 결정이 지연됐다고 해명했지만 만시지탄이라고 BBC는 비판했다.
3월말 시작된 봉쇄령은 1차 파동이 지나고 감염자수 증가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5월 다시 완화됐다.
이 방송은 "정부는 이 소강 국면에서 총리가 공언한 대로 '세계 최고의 검사·추적 시스템'을 구축할 기회를 잡았다"면서 "하지만 역학조사관이 많은 밀접 접촉자에게 연락하지 못하고 검사 역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초적인 문제에 봉착해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 수개월이 지나고서야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 왜 영국이 팬데믹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고, 사망자가 많은지 알 수 있다고 해설했다.
BBC는 영국이 수립했어야 할 검사·추적 시스템의 사례로 한국과 대만을 들었다.'
또 작년 여름에 접어들면서 일일 감염자 수가 줄어들자 '잘못된 안심'이 형성됐고, 영국 정부는 이 시기에 외식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 등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편 것이 9월 시작된 2차 파동의 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BBC는 "여름철에 일일 감염자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당시에도 여전히 하루 500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무작위 검사 결과를 보면 실제 감염자수는 그 2배에 달했을 수도 있었다"라며 정부의 안일했던 정책을 질책했다.
영국 정부는 9월들어 확진자수가 급증했지만 전문가들의 건의를 무시하고 2주간 완전 봉쇄령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9월에 2주 봉쇄령을 내렸다면 감염자수를 최소 한 달 전 수준으로 줄이고 검사·추적 시스템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전염병 확산이 멈추지 않자 영국 정부는 결국 11월 잉글랜드에서 4주간 봉쇄령을 내리게 된다.
영국의 보건 자선단체 웰컴 트러스트의 제러미 페러 대표는 "결정하지 않는 게 결정이었다"라며 뒤늦은 봉쇄령을 한탄했다.
영국 정부는 12월 중순께 봉쇄령을 다시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는데도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봉쇄령을 완화한다는 발표를 해버렸다.
영국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치명적 결과를 맞아야 했다.
정부 최고과학자문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은 BBC에 "봉쇄·제한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싶은 것보다 더 이르게, 더 강하게, 좀 더 폭넓게 시행해야 한다는 게 우리가 배운 교훈이다"라고 말했다.
BBC는 정부의 한 박자 늦은 봉쇄령과 더불어 국제 교역의 허브인 영국의 지리적 특성 탓에 같은 섬나라인 뉴질랜드, 호주와 달리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가 다양했다는 점도 영국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진 이유로 꼽았다.
또 인구밀도와 비만율, 고령층 인구 비율이 높은 것도 전염병에 쉽게 대처하지 못한 사회·보건학적 배경으로 들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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