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한 식당 QR코드 메뉴판
[AFP/게티이미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의 식당들이 인플레이션과 구인난 탓에 제공하는 메뉴 숫자를 줄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요식업계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센셜 집계 결과 올해 미국의 식당 60%가 메뉴 규모를 축소했다.
특히 고급 식당들의 경우 메뉴판에 적은 요리 개수가 2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식당들이 다양한 메뉴 제공을 포기하는 것은 식자재 가격이 오르고, 충분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외식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5.8% 올라 1982년 이후 39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이로 인해 일부 고급 식당에서조차 참치, 스테이크, 연어와 같은 비싼 재료의 사용을 줄이는 추세라고 데이터센셜은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로비 윌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9개월간 문을 닫았다가 최근 영업을 재개하면서 17개의 요리로 구성된 메뉴판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메뉴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뉴욕시의 한 레스토랑 셰프 겸 공동운영자인 데이비드 로터는 조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비싼 요리를 메뉴판에서 뺐다고 WSJ에 전했다.
필라델피아의 한 레스토랑도 예년에는 30개가 넘는 메뉴를 서비스했으나, 최근에는 전체 메뉴를 15개로 줄였다.
개수를 줄이는 대신 메뉴를 고급화해 가격을 올려 받으려는 식당도 있다.
마이애미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니 마인홀드는 고기 가격이 최소 30% 오르고 주방 종업원 4명이 그만둔 상황을 고려해 이러한 전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식당은 캐비아, 송로 버섯, 굴 등 고급 재료가 들어간 24가지 요리와 70종의 와인을 서비스하는 고급 음식점으로 탈바꿈했다. 과거 24달러에 팔던 쌀국수도 훈제 소갈비를 넣은 59달러짜리 고급 메뉴로 업그레이드했다.
데이터센셜의 연구원 션 자파는 WSJ에 "많은 식당이 양이 아니라 품질 유지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