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400만명에 홍수·창궐까지 인도주의 위기
가중
"예멘에 미국역할 제한적"…상징적 조치에 그칠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예멘 정책 변화가 지상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 속에 신음하는 예멘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국무부를 찾아 외교정책을 발표하며 '인도주의와 전략적 면에서 대재앙'을 만들어낸 예멘 내전은 종식돼야
한다면서 무기 판매를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군사작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미국의 예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변화로 내전이 일부 완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고질적 정세 불안과 민생
피폐화가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15년
6월 한 예멘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아랍연합군 공습에 부서진 건물 앞에 앉아 있다.
◇ 독재자 실각에서 시작된 내전…이란 대 사우디 대리전으로
예멘 내전의 시작은 2011년 '아랍의 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0여년간 독재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011년
민주화 시위에 실각하면서 과도정부가 세워졌고 살레의 부통령이던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가 임기 2년짜리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예멘에 평화와 민주주의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하디 대통령은 세력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기아와 부패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뿐 아니라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와 남부 분리주의자
공격에도 대응해야 했다.
더욱이 군경은 여전히 살레 전 대통령 편이었다.
북부 후티 반군은 중동의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등에 업고 권좌 복귀를 노리는 살레 전 대통령과
손잡고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이어 2015년 1월 대통령궁까지 차지하면서 실권을 장악한다.
2011년
3월 30여년간 독재한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모습.
하디 대통령은 정부를 아덴으로 옮겼다가, 아덴도 위협받자 사우디로 피신했다.
예멘에서 이란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던 사우디는 이집트와 쿠웨이트 등 8개국과 아랍연합군을 조직하고 2015년 3월 예멘을 전격적으로 공습했다.
예멘 내전이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으로 치닫는 순간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의 공습을 지원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지원규모가 줄긴 했으나 완전히 중단된 적은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랍연합군 공습지원을 계속했다.
임기 막판엔 후티 반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해 파장을 불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재무부는 테러조직 지정에
따른 제재를 일단 유예했다.
◇ 7년간 내전에 홍수와 코로나19까지 겹쳐 '생지옥'
2014년 말부터 약 7년간 이어진 내전은 예멘을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유엔 등 국제기구와 국제구호단체들은 예멘이 '지상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단언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에선 작년에만 17만1천954명 등 내전이 본격화한 2015년 3월 이후 4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특히 난민의 79%가 아동과 여성이다.
또 예멘 내전 관련 자료를 모으는 '예멘 데이터
프로젝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아랍연합군 공습 회수는 2만2천485회에 달하고 이로 인해 민간인 8천758명이 사망하고 9천810명이 부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발간한
연례보고서 '월드 리포트 2021'에서 인구의 3분의 2가량인 2천10만명에 식량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예멘은 '지상 최악의 식량위기'를 겪는다고 밝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예멘에서 5세 미만 아동 200만명
이상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등 1천240만명의 아동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며 예멘을 '아동에게 생지옥'이라고
지칭했다.
내전만 예멘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작년 예멘 곳곳에서 전례 없는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최소
172명이 사망하고 16만명 가량의 난민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피해가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2천100여명이 확진되고 600여명이
사망했다.
BBC방송은 작년 7월 예멘에서 코로나19가 어느 나라에서보다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확한 현황파악이 불가능한 점을 요인의 하나로 꼽았다.
방송에 따르면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은 정부가 통치하는 지역에서 확진자가 900여명 나오는 동안 반군이 지배하는 지역에서는 오직 4명만 나왔다.
HRW는 "예멘의 민간인들은 핵심 기반시설
파괴와 연료와 기본적인 생활서비스 부족, 군경의 권격남용 등에 고통받고 있다"라면서 "경제는 파괴됐고 기업이 문닫으며 수백만명이
수입을 잃었다"라고 전했다.'
◇ '상징적 행보' 넘어설까…"예멘서 미군 역할
제한적"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가 '상징적인
행보'를 넘어설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의회의 압박에 아랍연합군에 공중급유 지원을 중단하는 등 현재 예멘 내전과
관련해 미군의 역할이 크게 한정돼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군은 아랍연합군에 민간인 사상 방지 훈련을 제공하고 사우디에 방위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사우디의 주권과 영토의
통합성 방위에는 지원을 중단하지 않기로 한 점을 부각했다.
신문은 "사우디가 이란이 지원하는 군사조직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공격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계속한다는 것으로 예멘 내 후티 반군도 이러한 공격을 가해왔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베테랑 외교관인 티모시 린더킹 국무부 차관보를 '예멘 특별대사'로 임명하기로 한 데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한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예멘 내전 종식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매일 관심을 쏟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데, 특사는 이것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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