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에 트랙터로 농약 뿌리는 브라질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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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우크라 전쟁·식량안보 위협에 환경정책 뒷걸음질"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난 30년 새 세계 농약 사용량이 거의 두 배로 늘면서 4억 명이 중독 피해를 보고 들새와 나비가 30%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 유럽' 등이 공동 발간한 '페스티사이드 아틀라스'(Pesticide Atlas) 보고서를 인용, 농약 사용량이 1990년 이후 80% 증가했고 내년 시장 규모가 1천300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약 사용으로 인해 매년 전 세계에서 1만1천여 명이 숨지고, 농약 중독 피해도 아시아 2억5천500만 명, 아프리카 1천만 명 이상 등 3억8천500만여 명에 달한다.
또 1990년 이후 들새와 초원 나비가 30%나 줄었으며, 유럽에 서식하는 벌 10마리 중 한 마리가 농업용 독성 화학물질 때문에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클라라 부르긴 지구의 친구들 유럽 활동가는 "독성 화학물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현 식량 시스템은 농민과 소비자를 실망시키고 생물다양성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은 농업기업의 위험한 거래에 더는 눈감지 말고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농약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도와 농약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농업 로비단체의 요구 사이에서 오랫동안 분열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올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식량안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일부 친환경 농업 규정들이 완화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EU 국가들은 2030년까지 농약 사용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 '버드라이프 유럽'의 아리엘 브루너 정책책임자는 "농업 로비 단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용해 유럽을 생태 붕괴로 내몰고 있다"며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유혹에 맞서 친환경 정책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본부 앞서 농약 금지 촉구하는 꿀벌 시위대
2019년 7월 31일(현지시간) 꿀벌로 분장한 시위대가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농약 사용 금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살충제에 대한 EU의 이중잣대도 비난받고 있다.
EU 법률은 유럽에서 금지된 독성 제초제를 규제가 약한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EU 농약 회사들은 2018년 유럽에서는 금지된 농약 8만1천t을 수출했으며 EU는 현재 세계 농약 수출국으로 꼽힌다.
국제환경법센터는 지난달 EU가 금지 농약을 아프리카·중앙아메리카에 수출하는 것은 EU 자체의 국제법적 의무 및 인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녹색당 소속인 미셸 리바시 EU 환경 집행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농약 수출은 환경 폭탄이자 인권 침해"라고 비난했으며 "이는 사람들을 죽이는 데 가담하는 것이며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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