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4일 멕시코 유카탄주의 '한국의 날'
기념행사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제공/연합뉴스=자료사진]
멕시코가 매년 5월 4일을 '한국 이민의 날'로 제정하기로 했다.
멕시코 연방 하원은 1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한 전체 회의에서 한국 이민의 날 제정 안건을
찬성 383표, 반대 12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연방 상원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한 바 있어 대통령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서명만 남겨두게
됐다.
1세대 한인 이민자들의 독립운동 정신 등을 기리고 양국 우호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이민의
날 제정을 추진해온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멕시코 연방 차원에서 특정 국가 이민자의 날을 제정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한·멕 의원친선협회장이기도
한 여당 국가재건운동(모레나) 소속의 다비드 바우티스타 하원의원은 "한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역사적이고,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이민자의 날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바우티스타 의원은 올해가 한인 이민 116년, 양국 수교 59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6년이 되는 해임을 설명하며 한국 이민자의 날이
"양국 우정과 협력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5월 4일이라는 날짜는 116년 전인 1905년 1천여
명의 한인들이 멕시코에 처음 발을 디딘 시점을 고려해 정해졌다.
당시 멕시코 이주 노동자 모집 광고를 보고 모인 1천33명의 한인은 4월 영국 일포드호를 타고 출발해 5월 8일 무렵 멕시코 살리나크루스항에 도착한 후 기차와 배로 이동해 15일 유카탄주 프로그레소항으로 갔다.'
멕시코 메리다 멕시코한인이민박물관에 있는 1세대 이민자들의 사진들
[메리다=연합뉴스]
한인들은 이곳에서 유카탄반도 곳곳의 에네켄(선박용
로프 등을 만드는 선인장의 일종) 농장으로 흩어져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에네켄' 또는 '애니깽'으로 불리는 1세대
멕시코 한인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대한인국민회 메리다 지방회를 조직하고 독립군 양성을 위해 숭무학교를 세웠으며, 고국에
독립자금을 송금하기도 했다.
현재 멕시코와 쿠바 곳곳엔 이들의 후손 3만여
명이 살고 있다. 고국과의 오랜 단절 탓에 외모도 언어도 현지화했지만 여러 도시에서 한인후손회를 조직해
자신들의 뿌리를 기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한인 후손들이 사는 유카탄주 메리다시와 캄페체주 캄페체시, 그리고 유카탄주가 지난 2019년에 지방정부 차원에서 먼저 5월 4일을 '한국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주멕시코 대사관은 이어 연방 차원의 한국의 날도 제정하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했고, 2019년 상원에서 한국 이민의 날 제정 안건이 상정된 지 2년여
만에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
서정인 주멕시코 대사는 "내년 한국과
멕시코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멕시코 연방 차원에서 한국 이민자의 날을 지정한 것은 양국 우호에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수교 60주년을 맞아 멕시코시티 '한국의 거리' 지정 등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내년 5월 4일 전후로 다양하고 뜻깊은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사관은 올해 첫 한국 이민자의 날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수도 멕시코시티 차풀테펙공원에 설치된 한국정에서
제한된 규모로 기념식을 열 계획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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