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리인상 전망 엇갈려…"인플레·성장률 사이서 갈등"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착수한 가운데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국채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위스의 국채 금리가 최근 수주 또는 수개월 사이 플러스(+)로 돌아서거나 0%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번 주 -0.07%로 여전히 마이너스이지만 2019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유럽 국채 금리의 이런 움직임은 ECB가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빨리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배경으로 한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여기엔 수요 증가와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유럽 전역의 물가가 불안한 상황이 한몫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1%로, ECB의 목표치인 2.0%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았다.
노르웨이와 폴란드 등 유로화를 쓰지 않는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현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시장의 이런 조기 인상 기대를 자제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ECB가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은 틀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유로존 채권시장에선 매물이 쏟아져 그의 이런 발언에 대한 불신이 드러났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에 이날 이런 입장을 재차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스페인 리스본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급등에도 중기 물가 전망은 여전히 낮게 눌려 있다"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내년에 충족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저널은 그러나 전문가를 인용, ECB가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채권매입 축소와 다른 조처를 하면 채권 금리는 계속해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미 연준이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서 테이퍼링 개시를 공표한 것처럼 라가르드 총재도 곧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종료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4일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된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의 행보도 주목된다.
정책 당국자들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해왔으나, 당장 4일 회의에서 인상 결정이 나올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고 미 CNBC 방송과 블룸버그 등이 전했다.
이는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지표가 혼란스러운 신호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8월 3.2%, 9월 3.1%로 영란은행의 목표 수준인 2%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월 -0.1%에 이어 8월 0.4%로 부진하다.
게다가 영국의 고용유지 계획이 9월 말로 종료된 이후 고용시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고용유지 계획은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대신 휴직이나 휴가를 보낼 경우 정부가 월 임금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제도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작년 3월 도입됐다.
영란은행은 지난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결정의 중요한 변수로 고용유지계획 종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꼽기도 했다.
영란은행이 4일이 아니라면 12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연내 인상은 기정사실이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