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취업이민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NCSBN)에 따르면 올해 1∼3월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 엔클렉스(NCLEX)에 처음 응시한 한국인(초시생)은 1758명이었다. 2018년 783명이던 한국인 초시생은 지난해 1816명으로 약 2.5배로 증가했고, 올해는 1분기에만 지난해에 육박한 것이다. 호주 캐나다 일본 등으로 가는 간호사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간호사들의 취업이민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수행하는 업무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앉아서 점심 먹어 본 날을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할 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 하루 8시간 3교대인데도 연장근무로 12시간 일하는 것이 예사다.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할 입원 환자도 선진국의 2∼3배에 달해 환자에게 일일이 집중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엄격한 조직문화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간호사가 무려 30%에 달한다. 간호사 인력난에도 면허 소지자 중 절반 가까이가 일을 하지 않는 건 이런 의료 현실과 무관치 않다.
한국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량과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미국 등에선 대부분 주 3일 근무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선 업무시간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연봉의 경우 한국 간호사 평균이 4600만 원인 데 비해 미국은 9000만∼1억 원으로 2배가 넘는다. 간호사 업무를 법에 따라 병원에서 근로계약에 명시해 신분 불안이나 책임 부담 문제도 없다. 의사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이 아니라 수평적, 협업적인 점도 업무 만족도를 높인다고 한다.
간호 인력의 이탈과 해외 유출은 응급의료 공백과 중소 병원의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초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자에 대한 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데, 이를 담당할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의료 지식과 처치 능력을 갖고 있는 간호사는 돌봄 서비스의 핵심 인력이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으로 규정해 업무 강도를 낮추고, 적절한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등 간호사 업무에 대한 합당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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