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퍼져나가 일부 양서류를 멸절 위기로 몰아넣은 항아리곰팡이가 양서류를 넘어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미 국가에서 항아리곰팡이로 개구리나 도롱뇽 등의 양서류가 죽어나가고 그 결과로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UC 데이비스)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환경과학정책과 교수 마이크 스프링본이 이끄는 연구팀은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서 항아리곰팡이로 양서류가 줄어든 뒤 말라리아 환자가 연간 1천명 당 한 명 꼴로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를 '환경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 곰팡이인 '바트라코키트리움 덴드로바티디스'(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가 퍼지면서 양서류가 절멸하다시피 했으며 이후 2000년대에는 파나마까지 번졌다.
'Bd' 또는 항아리곰팡이로 불려온 이 균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90종 이상의 양서류가 멸종했으며, 400여종은 개체 수가 90%까지 급감하는 피해를 봤다.
홀씨를 담은 포자가 항아리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 항아리곰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한반도에서 기원해 퍼져나갔다는 연구 결과를 다룬 논문이 지난 2018년 5월에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개구리와 도롱뇽 등 일부 양서류가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유충과 알을 하루에 수백 개씩 먹어 치우는데, 이런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양서류 급감이 두 나라의 말라리아 환자 급증과 연관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양서류 생태 자료와 공공의료 기록 등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항아리곰팡이가 확산한 시기와 장소가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 시기 및 장소와 분명히 연관된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다른 혼란 변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양서류와 같은 패턴으로 사라진 뒤 말라리아 환자 증가를 유발하는 다른 변수에 관한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무가 자라는 숲 지역이 줄어든 것도 말라리아 환자 증가와 연관은 돼있지만 1천 명 당 0.12건에 그쳐 1천 명 당 1건에 달하는 양서류 급감 만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스프링본 교수는 "안정적 생태계는 질병 예방과 보건의 중요한 과정을 포함한 인간 복지의 모든 면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생태계가 파괴되도록 방치한다면 이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한번 시작되면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의 건강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국제 야생동물 거래를 통해 항아리곰팡이처럼 치명적일 수 있는 B. 살라만드리보란스(salamandrivorans)와 같은 균이 확산하는 것을 우려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이런 균들을 퍼뜨릴 수 있는 종을 구체화해 규제하는 등의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프링본 교수는 "이런 예방조치를 취하는 비용이 당장에는 클 수 있지만 생태계 파괴를 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기적 이득은 가늠하기 어려워도 이번 연구 결과처럼 잠재적으로 막대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생태·진화생물학 교수 존 밴더미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논문은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면서 "생물다양성을 잃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복지, 이번 경우에는 인간의 건강에 2차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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